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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중 앙카라 정복기, 소녀들은 분명 달랐다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1-05-02 (월) 17:20 조회 : 4718


원곡중 앙카라 정복기, 소녀들은 분명 달랐다

기사입력 | 2011-04-29 07:10

◇시상대 중앙에 자리 잡은 우승팀 한국 대표 원곡중. 스포츠조선DB


원곡중우승사진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사진 포즈를 취한 안산 원곡중 선수들.


소휘, 유주, 초롱, 민경, 소정, 지민, 효림, 채린 그리고 은지. 올해 나이 만 13~14세인 소녀들은 해외 원정 경기가 처음이라고 했다. 가족과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을 여행가 본 적은 있지만 10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기를 탄 적은 없었다.

이 9명의 안산 원곡중 여자 배구선수들은 당당히 한국 배구 대표로 제1회 터키 월드 칠드런스 게임에 출전했다. 네덜란드, 그리스(부전승), 핀란드, 터키를 차례로 격파하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기자는 이들의 낯선 경험에 동행했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인 강소휘(2학년)가 인천발 터키 이스탄불행 비행 중 배탈이 났다. 처음 먹어보는 기내식을 위장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다. 좁은 좌석에서 기름진 기내식이 문제였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엄마뻘 되는 홍성령 코치(48)가 옅에 붙어 전담마크했다. 강소휘의 컨디션이 무너지면 원곡중 전력에 큰 차질이 생긴다. 다행히 나머지 8명은 멀쩡하다. 이스탄불에서 대회 장소인 앙카라로 가는 비행기까지 갈아타고 도착해보니, 인천공항 출발 후 총 15시간이 지났다. 동행한 서순길 단장(대한배구협회 유소년이사), 이성준 원곡중 교장, 김동열 감독, 홍성령 코치 모두 지쳐보였다. 선수들의 얼굴 표정은 신기해 하는 듯 하면서도 역시 피곤해보였다.

도착 다음날부터 바로 경기 시작이다. 시차를 극복할 시간은 주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보다 다양한 스포츠(13개 종목)를 통해 전세계 어린이들이 함께 즐기고 교류하는게 기본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대회이고 순위를 매기는 지라 승패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첫 상대는 장신 군단 네덜란드. 한 눈에 봐도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네덜란드 선수들은 전원이 키 1m80을 넘었다. 원곡중은 정지민이 1m58로 최단신이고, 최장신은 지민경으로 1m81이다. 그런데도 2대0으로 가볍게 승리했다. 네덜란드는 배구의 기본을 몰랐고, 한국은 이미 성인배구를 흉내내고 있었다. 한국은 전부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를 때렸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네트 위를 살짝 타고 넘어와 구석구석을 찌르는 한국 선수들의 서브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또 태극소녀들은 서브를 받는 자세가 낮았고, 세터의 토스도 안정돼 있었다.

한국의 배구 시스템은 어릴 때부터 조기 숙성한다. 성인들이 하는 걸 미리 앞당겨 다 가르쳐 준다. 왜냐하면 초중고부터 성적을 내기 위해서다. 반면 유럽은 어릴 때는 기술 우선이 아니다. 그냥 배구를 즐기게 내버려둔다. 그러면서 배구가 좋고 잘 따라오는 선수만 성인 대표로 성장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 선수들의 기량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게 된다. 또 그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선수들보다 큰 키와 넘치는 파워를 가졌다. 커가면서 기술까지 습득,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네덜란드 선수단에는 한국 선수단에 없는게 있었다. 경기 장면을 찍어 분석하는 전력분석관과 의무담당 요원이 따라붙었다. 한국 선수들은 다칠 경우 대회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응급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표 조직위가 배정한 통역이 있었지만 아픈 선수의 설명을 제대로 전달해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터키 앙카라시가 두 달 전에 서둘러 준비했다. 그래도 태극소녀들을 돌볼 우리측 담당 의무 요원이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태극소녀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주전 센터 지민경은 현지 도착 다음날 부터 코맹맹이 소리를 했다. 코감기에 걸렸다. 네덜란드에 이어 그리스에 부전승을 거뒀다. 핀란드와의 준결승전도 2대0으로 승리했다. 지민경의 연이은 실수로 다잡았던 1세트를 놓칠 뻔 했다. 몸이 아픈 지민경은 김 감독의 꾸지람에 경기 도중 눈시울이 붉어졌다. 외국인들은 이 장면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한국 선수들은 경기 도중 벤치에서의 지시를 자주 쳐다봤다. 상대편은 그러지 않았다. 잘 하면 선수들끼리 좋아했고, 실수하면 그들끼리 시무룩했다. 벤치에서의 역할은 작전 타이밍 뿐이었다.

원곡중 선수들은 그리스에 부전승을 거둔 날, 경기장 옆 놀이동산에 놀러 갔다. 서울 롯데월드와 용인 에버랜드에 있을 법한 아찔한 탈 것들이 있었다. 선수들은 감독의 눈치를 봤다. 대회 중간이라 감독도 망설였다. 선수들이 조르자 마지 못해 덜 위험해 보이는 걸 타게 했다. 선수들은 총알같이 달려갔다.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아직 어린이들이었다. 이들은 결승전에선 홈팀 터키에 2대1로 역전승 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세트를 먼저 내주고 내리 두 세트를 따내는 집중력은 놀랄만했다. 원곡중 센터 강소휘는 지금 당장 여자 프로배구에 투입되더라도 10득점 정도 해줄 기대주로 평가받았다. 이번 대회 MVP를 뽑는다면 당연히 강소휘였다.

원곡중 선수 중 몇 명은 분명히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국가대표로 성장할 것이다. 현 국가대표 김연경 황연주 등이 10년 전 이 모습 그대로 였다고 한다. 한국 여자배구의 새싹들이 먼 훗날 앙카라에서의 1주일을 어떻게 기억할 지 무척 궁금하다. 어린 것 같아도 불과 5~6년 후 이들은 국내 프로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땐 어떤 선수로 성장해 있을까.
앙카라(터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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